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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부스트캠프

부스트캠프 5기 챌린지 합격 및 OT 후기

카카수(kakasoo) 2020. 7. 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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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추천으로 개발자 커뮤니티를 다수 가입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나 훔쳐보다가(?) 부스트캠프라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지인이 말한 것의 의미를 순식간에 알 수 있었다. 개발자 커뮤니티에 들어가면서 자기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고, 정보 습득에도 심혈을 다 하라는 말을, 한 번에 이해했다. 만약 커뮤니티에서 참여하지 않았다면, 부스트캠프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부스트캠프는 작년까지는 1달 정도의 교육기간이었지만, 이번에는 무려 4~5달 정도의 기간이 되었고, 내 실력을 올릴 기회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이번 부스트캠프는, 좋은 기회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나에게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읽어보니, 내용도 훌륭한데 그 주최 기관도 네이버가 아닌가, 이건 놓칠 수가 없었다.

 

이번은 코로나로 인해서인지 전면 온라인으로 바뀐 것 같기도 했고 - 어쩌면 오프라인이 진행될지도 모르지만 ( 결국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 덕분에 면접도 생략된 거 같았다, 이전까지 있던 면접이, 5기에는 잠시 사라진 거 같았다. 그러니까, 차라리 내게는 더 좋은 기회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코딩 공부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면접에서 말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인생에 대해서 말하라고 하면 어떻게든 우겨 보겠지만, 코딩에 대한 내 생각이나, 또는 개발 경험을 물어보면 답할 게 없었다. 그래서 지금 붙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공학과, 코딩 경험 10개월이었던 사람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모집 대상을 하나 씩 분석해보았다.

 

의지, 나는 있다,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내 마음에 물어 솔직히 답하건대, 그건 건축공학이 재미 없어서가 아니다. 더 나답게 살기 위한 방법으로 개발자라는 직업을 꿈꿨다. 이 답은, 이미 군대에서부터 수 차례 하던 것이니 거짓은 없었다. 열정, 열정도 나는 있었다. 더 설명할 것도 없이, 나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카페에 죽치고 앉아 공부하는, 카페 사장님께는 민폐 덩어리의 인간이었다. 자신감은 뭐, 사실 사람이라는 게 도전 경험 중 몇 번의 성취를 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겠는가, 당장 이거 붙고 나면 자신감은 폭발할 것이다. 미래에는 있을 거라는 전제를 깔아두었다. ( 2022.06,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 자신감은 내가 놓인 환경에 따라 계속 바뀔 것이겠지만, 당장은 상관없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소통, 할 수 있다, 입이 있으면 ( 요즘은 손가락만 있어도 )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 나는 어필할 것이 충분한가?

 

지원서의 각 문항에 이러한 내용들을 담고 글을 썼다.

 

마지막에는 블로그 링크나, 자신의 프로젝트를 첨부할 수 있는 링크들이 있었다. 정확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전 경험을 증명할만한, 어필할 수 있는 거면 뭐든지 올리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어쩌면 나만 그렇게 해석한 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프로젝트 경험이 없으니까, 그 외 다른 거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일 수도 있겠다. 어떻게 해야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아니, 어떻게 해야 미친 놈처럼 보일까 고민했다. 당장 보여줄 게 없는 나로서는, 반드시 이걸 하고 말겠다는, 또는 그전에 무언가 하나에 미쳐서 성취를 해본 경험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도박수였는데, 나는 게임 사진을 하나 올렸다. 마인크래프트라는, 일종의 블럭 쌓기 게임이었다. 사진에는 내가 만든 건물이 있었고, 수만 개의 블럭을 몇 달이고 쌓아 만든 건물들이었다. 비록 게임이었지만, 나는 건물 하나를 만드는 데에 디자인과 설계도를 그려가면서 만들었고, 그러다가 건축공학과까지 왔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제부터, 이런 놈이 '이젠 건축보다 컴퓨터가 더 좋아.' 라고 말하면, 그것도 꽤나 그럴 듯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 때 생각하나 지금 생각하나,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인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합격한 걸 보면 잘 먹혔던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어쨌거나 서류가 통과되었고, 생각이 참 많이 지나갔다.

 

  • "아무래도 부스트캠프 인사팀(?)이 이 놈 참 재밌네, 하고 통과시킨 모양이야."
  • "의외로 내가 고평가된 것은 아닌가?"
  • "아, 어차피 서류는 다 통과시키고 코딩 테스트에서 떨어뜨릴 생각인가 보구나."

 

뽑아준 것에 대한 감사도 있었지만, 내가 뽑힌 것에 대해 너무나도 반신반의했다. 그래서 코딩 테스트가 메인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딩 테스트라고 해서 불만은 없었다, 나는 이래뵈도 컴퓨터공학과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알고리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실제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생각 없이, 알고리즘을 마스터해야 컴퓨터공학도라고 생각한, 바보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내 공부 시간의 절반을 알고리즘을 배우는 데에 썼다. 그래봐야 9달 중에 절반 정도였겠지만, 나는 언어 하나와 알고리즘만 주구장창 파본 경험이 어디 가지는 않았다. 덕분에, 대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독학과 수업 사이의 괴리감에 죽도록 고생했고, 알고리즘 공부는 정말 중요할까 고민도 많이 했지만, 인생사 새옹지마. 덕분에 나름 자신감이 붙어있었다. 그도 그럴 게 부스트캠프의 자가 진단 테스트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지 않은가.

 

1차 테스트 문제는 자료구조와 구현, 그 중에서도 문자열 처리였다는 정도. 다른 블로그들을 보면, 후기에 어떠한 문제가 나왔다고, 알고리즘 종류를 설명하곤 하는데, 나는 그런 거 모른다, 문제 수준을 말하자면 프로그래머스 level 2보다도 쉬웠고, 그리고 백준 알고리즘에서 랭킹 4,000을 차지하면 가뿐한 수준이었다. 주구장창 문제만 풀다보니, 그냥 익숙한 문제들이었던 것 같다.

 

2차 테스트는 1차에 비하면 어려웠다. 1차 때랑 비교하면, "와, 이거 자가 진단 테스트랑 너무 다르잖아."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어려운 수준도 아니었다. 다만, 알고리즘에 대해서 좀 이해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라지 않았나 싶긴 했지만, 그래. 비전공자도 이 정도는 공부해야 이 업계에서 살아갈 수 있지, 싶었다. 비전공자를 포함하는 교육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공부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당연 이미 공부를 해본 사람일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의 난이도는 적절했던 것 같았다. 다만 혼자서 공부를 하고자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리디와 문자열 처리, 그래프, DFS, BFS, 다익스트라 정도는 모두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이는 내 친구가 말해준 것과 같다. 내 친구도, 나에게 위의 문제들을 수십 개 풀게 했었다.

 

그리고 2차 테스트도 합격이라는 메일이 오고, 등록하는 말,  그 다음에 선물을 준다는 말에 얼마나 기뻤던지!

 

 

지금은 비공개 처리 했지만, 10달 전의 나는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건축을 배우는 사람인가 아니면 컴퓨터를 배우는 사람인가, 감히 둘 다라고 말해도 되는가, 하나만 말해야 한다면 나는 감히 컴퓨터공학도를 자칭해도 되겠는가, 아니면 나는 둘 다 이도 저도 아닌 놈인가, 많은 고민을 했다. 건축공학과 교수에게 상담을 해보니, "학생, 인생 가지고 도박하지 마. 둘 중 하나만 해." 라고 하셨다. 건축 쪽 교수님에게 하나만 하라는 답을 들어놓고는 당돌하게도 나는 컴퓨터를 공부하기로 했다. 교수님도 이해해주실 거라고 믿는다. 다만 묵묵하게 공부하면서도,

 

'아, 나 졸업까지 2년 남았는데, 이거 괜찮을까.' 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어중간한 놈이 되기 싫어서 카페에서 매일 코딩만 하면서도, 알고리즘 문제나 풀면서도 '아, 이런 거 할 시간에 정말로 무언가를 만드는, 개발, 실무 능력을 키우는 게 맞지 않을까' 고민했다. 친구 놈이 '야, 무조건 기초야. 기초 없인 안 돼.' 라고 기초만 팔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면, 나는 결국 꺾이고 실무를 닥치는 대로 배워댔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이런 성과를 얻게 되니, 갑자기 생각이 확 달라졌다.

 

나는 컴퓨터에 대한 정체성도 애매했고,

건축공학에 대한 정체성도 흐릿해지고 있었는데,

이젠 나도 자신 있게 컴퓨터공학도라고 말해도 되겠다.

 

OT를 보면서, 부스트캠프라는 것이 내 인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확신이 들었다. 이런 분들과 같이 학습할 수 있다면, 이런 문화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이전에 부스트캠프를 경험한 선배 분들의 블로그 후기를 보니, 인생엔 괴물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좌절도 했고, 또 자신감도 많이 하락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못한다는 걸 이미 안다. 당연하지 않은가, 단순한 대학생이면 이제 C언어 하나 배웠을 거고, 2학기 준비 중인 학생일 텐데! 더 떨어질 구석이 있을 수도 있단 것도, 이미 잘 안다. 하지만 내가 모자르다는 것을 알면, 오히려 부족함을 인지한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달릴 자신도 있다. 하루에 쓸 데 없이 질문 횟수를 정해서라도, 질문 하는 측과 질문 받는 측, 배우는 측과 가르쳐주는 측이라는 갈래로 나뉠지라도, 같은 선상에서 개발자 분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 물론 다른 분들이, 현업 개발자가 아니라 나와 같은 학생일지라도. 횡설수설했지만, 나도 나름 많이 힘들었고, 나도 노력하고 싶었고, 그리고 노력했었고, 나도 지속 가능한 개발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나중에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후학 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이번에 부스트캠퍼가 되어 너무 기쁘다고, 모자를지라도 잘 하고 싶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블로그라는 작은 창구지만, 나처럼 비전공자이면서, 또는 부전공, 복수전공이면서, 컴퓨터를 배우고 싶으면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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