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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에 대한 짧은 생각 본문

프로그래밍/Thinking

기획에 대한 짧은 생각

카카수(kakasoo) 2022. 11. 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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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획과 계획은 다르다. 계획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면, 기획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가깝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 기준은 고객에게 있다. 우리가 가치있음은 고객이 우리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고객에게 인정 받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고객이 인정하는 우리 가치가 고스란히 우리의 것은 아니다. 때로 우리가 제품을 만들다보면 정해진 고객 안에서 더 많은 매출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가 있다. 이 역시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에도, 이 과정은 고객에게는 쓸모가 없는 일이다. 우리가 고객의 가치를 창출할 때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지만, 우리가 우리의 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고객의 관심 밖이다. 우리는 어떻게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우리 가치를 챙길 수 있을까, 생존의 핵심은 이것이다. 우리의 이기심을 충족할 때, 타자를 희생시키지 않는 것. 정의로움과 자본에서의 성공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2.

제대로 된 기획을 하고자 한다면 용어 정의에 대한 통일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말이 서로 다르면 동상이몽을 꾸기 십상이다. 정의는 두 가지로 나뉜다. 본원적 정의와 조작적 정의다. 본원적 정의는 사전에 나온 것과 같이, 표준으로 삼을만한 정의이다. 하지만 기획에서는 이와 다른 정의 역시 중요한데, 남에게 설명하기 위해 비유를 드는 것, 우리 내부에서 사용하기 위한 정의인 조작적 정의이다. 이외수 작가는 명예박사와 식인종에 대해 이처럼 정의내렸다. '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음'과 '식량 증가와 인구 증가를 동일시하는 종족'이다. 사전에서의 정의와는 다르지만 이 또한 한 측면에 대한 본질을 담고 있다. 너무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의내려선 안 된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의 명확함이야말로 '탁월함'이다.

 

3.

용어가 통일된 다음에는 문제점을 정의해야 한다. 문제라고 해서 모두 문제점인 것은 아니다. 눈이 내린 날에 집에 박혀 술을 마시던 사람이, 친구 아버지의 작고 소식을 듣고는 운전을 했다. 그러다 눈길에 미끄러져 가로수를 들이박고 전치 4주의 사고를 냈다. 여기에는 문제가 많다. 눈이 내린 것도 문제이고, 술을 마신 것도 문제이고, 친구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뜬 것 역시도 문제다. 하지만 문제점은 단 하나, 술을 마신 것 뿐이다. 눈이 내린 것과 친구 아버지의 작고 소식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은 문제점이 될 수 없다. 문제는 무엇인가. 그 중에서 우리가 고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고객들은 그걸 고치길 원하는가?

 

4.

목적에는 앞 두 글자가 빠져 있다. 바로 존재 목적이다. 요구사항 명세나 기능 제안서, 또는 보고서 등을 작성할 때, 목적을 작성해야만 한다. 그 앞에 '존재' 라는 두 글자를 넣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것도 분명 목적이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목적을 두게 되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결코 없다. 당장 우리가 기획, 디자인, 개발하고자 하는 작은 기능 하나를 두고 생각해보자. 이 기능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때로는 감으로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감으로 판단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정보가 있음에도 결국 하고 싶은 것을 하려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잘 판단해야 한다.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니다.

 

5.

목적 다음은 범위이다. 보도블럭 공사는 목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국의 보도블럭을 다 뜯어 고칠 게 아니라면 범위를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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