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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Thinking

내 예전 지원서를 읽어보며

카카수(kakasoo) 2022. 6. 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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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부스트캠프에 지원한다고 한다. 내가 부스트캠프를 지원한 것은 2년 전이다. 부스트캠프 덕분에 내 실력이 크게 늘었고 ( 수료 후에 공부한 것도 정말 많았지만, 이 역시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부스트캠프 덕이라고 믿는다. 또한, 부스트캠프에서 만난 사람들과,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주 주말 스터디를 진행했으니 이 또한 부스트캠프 덕이다. ) 부끄럽게도, 친구들은 내 모습에 자신을 투영한 모양이다. 자신들도 부스트캠프에 가면, 나처럼 뭔가 익혀올 수 있을 거라 믿는 모양이다. 아직 나 스스로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해주는 친구들에게는 무척이나 고맙다. 그리고, 친구들도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친구들의 기대감이 충족되기를 바라며, 친구들의 질문에 답하며, 나 역시 예전의 지원서를 꺼내 읽었다. 2년 전에 쓴 글이라, 아직 이 분야에 대해서 아는 것 없이 두루뭉실한 포부만 가진 내 모습이 무척이나 부끄럽다. 2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 그 때는 개발을 막 배울 무렵이라, 이제 알고리즘 문제 풀 줄 아는 풋내기였고, 지금은 그나마 서버 좀 만질 줄 아는 풋내기다. 아직 똑같이 갈 길은 멀지만, 이제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안다는 게 큰 차이점이다. 아래는 내 지원서를 수정한 글이다. ( 당연히 원본은 경어로 작성했었다. ) 다시 읽어보면서, 2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하는 건, 내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아 게시한다.

 

어떤 이유로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

어릴 때에는 게임을 하다가 꿈을 가진 적도 있었다. 초등학생 때는 추리 게임을 하다가 변호사가 되고 싶었고, 중학교 때는 건축 게임을 좋아해서 건축공학과까지 오게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 건축으로는 내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삶의 성취란 자아 실현, 즉 자신만의 업을 가지는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업이라는 게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창업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컴퓨터에도 관심이 생겼다. 지금 당장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것도 적지만, 개발을 배우고 싶다는 게 순간의 끌림이 아니라는 것은 확신한다. 어떤 분야로 갈지 확정짓지는 못했지만,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바가 많다. 서버, 웹, 챗봇을 만들어보고 싶고, 넓게 볼 때, 세상에 없던 종류를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때의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두 명의 대표를 거치며, 나도 창업을 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면 예전과 달리, "창업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비즈니스와 밀접한 위치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시도했던 경험은 무엇인가?

지금 대학에서 공모전을 진행 중에 있다. 지금까지 독학한 것들을 그때 그때 써먹는 식으로, 거의 땜빵하듯이 쌓아 올라가고 있다. 아직 예산이 나오질 않아 실제 개발 단계로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언제든 전력질주할 수 있도록 학습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운 개발 방법론과 지인들의 이야기에 비춰볼 때, 실제 개발이 나처럼 엉성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루 하루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현업을 경험해보니, 실제 개발도 엉성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술과 비즈니스는 양립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남이 좋은 비즈니스도 아니고, 반대로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이, 비즈니스 성공 가능성을 낮추는 일도 아니다. 기술과 비즈니스는 별개다. 그게 개발자인 나를 번뇌에 빠지게 한다. 지금은 오히려, 비즈니스와 양립하면서도, 다른 개발자들이 선망할만한 개발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왜 배우고 싶고, 이 과정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

나는 최근에 전역을 해서, 지금까지 알고리즘만 공부하고 있다. 알고리즘 자체가 재밌기도 하고, 공부하는 느낌보다는 이 또한 게임하는 감각에 가까워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순수하게 프로그래밍 시간만 800시간이 넘는다. 타이머 시간을 보면 자존감이 오르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실제 개발을 보면, 내가 하고 있던 건 단순히 수학 문제를 풀었던 것임을 알았다. 이제 내가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점검해줄 사람이 필요하단 것을 느꼈다. 내 주변에는 컴퓨터를 전공으로 하고,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같이 공부하거나, 이미 앞서 나아간 멘토들과의 관계가 절실하다. 다른 이들은 어떤 키워드와 기준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또 해왔는지를 공유하고 싶다.

 

800시간을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부스트캠프에서는 한 달에 200시간이 넘게 프로그래밍만 시켰다. 덕분에, 부스트캠프가 끝나고서도 어떻게 하면 몰입해서, 더 오랜 시간 공부할 수 있는지를 배운 것 같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부스트캠프가 나를 더 빠르게 갈 수 있도록 해준 것 같다. 마지막에 말한 것처럼, 나한테는 같이 공부하거나 나를 이끌어줄 사람들이 절실했는데, 이 또한 많은 부분 충족됐다. 지금은 나도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무언가에 몰입해본 경험이 있는가?

일단 블로그 링크를 밑에 걸겠다. 다만, 내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이 문항에 답할 정도로 노력한 것은 없다. 앞서 알고리즘 공부를 했다고 말했지만, 각 개별적인 문제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 거지, 이 분야에 내공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약간의 창피함을 무릅쓰고, 게임 사진을 첨부해본다. 하루 종일, 몇 달이고 반복한 끝에 내가 만든 건축물들이다. 중학생 무렵에 시작했음에도, 실제 건축 책과 사진집, 역학을 제외한 이론을 배워가며 만들었다. 고작 게임이고, 지금 건축을 전공한 사람으로서는 이마저도 부족함을 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전체 블록의 수가 수십 만 개가 되고 나니, 나는 친구들에게 공학자이자 예술가로 인정받았다. 선생님과 부모님께서도 하나의 재능으로 존중해주셔서 뜻 깊은 일로 기억한다. 내가 느닷없이 컴퓨터를 배운다는 것에 모두 쉽게 인정해준 것은 다 전부 이런 경험들 덕이라고 생각한다.

 

창피했던 경험이지만, 또 자랑스러운 경험이기도 하다. 부스트캠프는 정말 좋은 기억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부스트캠프가 아니라, 다른 자랑거리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언제까지고 과거의 일을 내 최고의 기억으로 남겨서는 안될 것 같다. 내가 지금 밟고 있는 스텝과, 내가 또 나아가려는 다음 스텝이 성공적으로 마쳐지기를 바란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속가능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 그리고 내 친구들 역시 좋은 기회를 얻고, 또 그로 인해 나한테 새로운 기회가 오기를 희망한다. 말하자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또 내가 서로 소개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작은 욕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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