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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다

카카수(kakasoo) 2022. 10. 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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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팀 빌딩은 팀을 망친다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최근 들어 드는 생각은 그 이유들이 꼭 한 가지는 아니라는 점과, 그리고 하나의 원인이 여러 개의 원인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나는 인사가 만사라는 점에 동의한다. 논리적 비약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이 하나의 원인에 가장 부합하는 게 결국 잘못된 팀 빌딩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람을 잘못 뽑게 된다면 팀의 생산성은 낮아질 것이고 당연히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것이다. 이걸 제품이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만 보게 된다면, 아마 스타트업의 대표는 앞으로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지 못할 팀으로 계속 피봇(Pivot)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좋은 팀을 결성하지 못하는 것 (NOT THE RIGHT TEAM ) 은, 결국 스타트업이 망하는 대부분의 원인을 촉발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닌가 싶다. 실제 비율과 무관하게, 더 크게 측정해야 하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서로에 대한 비판을 못하거나, 또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어렵다. 사람은 도구가 아니다. 올바른 말이지만, 이 명제로 인해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 것 같다. 지금 옳은 기술과 도구가, 나중에는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사람도 그렇다는 건 알지 못한다. 또한 알더라도 애써 무시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사람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함께 같이 일한 동료가, 지금은 우리 팀 수준에 맞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평가해야 하는 동료에게도 어렵다. 그 사람과 함께 해온 의리, 그리고 현 상태까지 사업을 키운 공로일 수도 있다. 최악은, 그게 미래의 내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자비를 주고자 함일 수도 있다. ( 이게 최악인 이유는, 구성원들이 개인의 이익이 집단의 이익과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개인이 자기 욕구를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욕구를 거세할 수 없는 이상, 개인의 이익이 집단의 이익과 일치하는 것이 정의롭다. 다만 기업은 개인의 욕구를 강제할 수 없어 같은 방향이 되도록 유도할 수 있을 뿐인데, 이게 불가능해진다면 앞으로의 의사결정이 비효율적으로 될 것이 뻔하다. 이런 기업은 점차 성장이 둔화되고 말 것이다. 기업은 돈으로 구성원을 회유하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내부의 구성원이 공통의 목적vision을 꿈꾸도록 해야 한다. 더 자비로운 방법은,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구성원들에게 성장이 필요함을 인지시키고, 성장의 기회를 듬뿍 제공하는 것이다. )

 

지금 좋은 팀이 앞으로도 좋은 팀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팀을 꾸렸다고 해서 이야기가 끝은 아니다. 계속 해서 좋은 팀으로 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이 지금보다 2배 커지기는 힘들지만, 작은 회사는 한 달만에 매출이 2배로 올라가기도 한다. 모 SaaS 서비스를 만드는 B2B 기업은, 큰 기업 하나를 고객으로 모셔올 때 실제로 매출이 몇 배나 상승하는 효과를 냈다. 이렇게 급 성장하는 건 스타트업에게는 축복이지만,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저주일 수도 있다. 회사의 성장이 기하급수가 될 때, 구성원의 성장은 그 속도를 못 따라가게 되는데, 이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회사가 당신을 왜 데려가야 하는가?' 만약 지금까지 함께 했던 동료기 때문이라고 답해야 한다면, 그건 친구 관계에서 명목 상 친구 비를 받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 이제 와서 나를 버릴 순 없다며,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이건 어느 기업에서나 일어나는 사실이다. 간혹 팀에 대한 애정이 강한 대표들은, 구성원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뿌리겠지만, 그게 동상이몽으로 끝난다면 이런 비극은 반드시 찾아온다. 이 때는 받아 들이지 못하는 쪽에 책임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버리지 못하거나 또한 버려지지 않고자 매달리려고 할 때, 반대 측에서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 사람보다 내가 훨씬 더 일 많이 하는데 왜 대우가 같은가?", "저 사람이 우리 팀에 별로 필요 없는 것 같다." 함께 한 동료를 버리기 싫은 대표의 심정도, 그리고 자기가 꾸려 나간 일터에서 쫓겨나는 동료의 심정도, 감정은 존중할 만 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에서라면 그 반대 측의 감정 역시 존중할 만하다. 더 일을 하면서도 동등한 대우를 받는 측은 억울할 것 아닌가. 스타트업이 자본주의의 첨병이라면서 행동은 반대로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기업이 복지 시설이 아니고서야 왜 회사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유지해야 하는가. 아프리카에서 종종 말하는 자원의 저주가, 스타트업에게도 비슷하게 존재한다. 갑자기 성장하게 될 때, 더 많은 인력과 능력치가 필요한 기업은 그 성장을 따라갈 인력들을 외부에서 수급하게 될 것이고, 더 능력 좋은 참가자들에 의해 기존 구성원들은 쫓겨나게 될 것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셈이다.

 

어디 가서도 잘 할 사람들

팀원 간의 능력 차이가 벌어지게 될 때, 그리고 사업의 성장에 못따라가는 팀원이 발생하게 될 때, 이 상황을 방치하면 어떻게 될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회의를 할 때 가장 활발하게 의견을 밝히는 사람은 다 '어디 가서도 잘 할 사람'이다. 여기서 말하는 어디 가서도 잘 할 사람들은, 능력이 좋은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수가 틀어지면 그냥 다른 회사도 갈 사람들이기도 하다. 개인의 능력이 큰 사람, 그리고 자아가 큰 사람들은 그 능력과 무관하게 더 냉정한 판단이 가능하다. 아무리 팀에 대한 애착이 크더라도, 침몰할 배에 올라타서, 최후를 함께 하려는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앞선 상황을 방치하게 될 때, 이런 사람들은 전부 조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집단의 이득은, 앞서 말한 것처럼 개인의 이득과 같은 방향으로 모여질 때가 정의로운 법이다. 누군가의 이득을 희생해야 하는 팀은,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정의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 사람들은 각자의 정의를 추구하러 가는 셈이다. 그걸 무슨 수로 막겠는가.

 

개인의 발전에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직이, 그리고 대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마키아밸리 식 경영도 대표의 덕목이라고 본다. 읍참마속하는 심정으로, 기업은 효율적인 비용 집행을 해야 한다. 하지만 부드러운 리더십도 있는 것처럼, 꼭 그것만이 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의 최선은, 구성원들이 발전을 멈추면 어떻게 되는지 인지시키고, 발전하게 될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무엇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채찍과 당근을 모두 제공했다면, 다음으로는 발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초기부터 함께 해왔다는 것은, 외부에서 수급된 인력에 비해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자부심은 곧 조직에 대한 애정으로 나올 것이고, 우리 사업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에 대한 히스토리를 아는 건, 특히 기획에서 큰 장점이 된다. 외부 구성원들만 모여서 회의를 하게 된다면 이전에 했다가 실패한 아이디어들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 우리가 무엇을 도전해왔고, 또 도전한 것들 중에 무엇이 실패했으며 왜 실패했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 건 무척이나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사람들을, 단순히 업무 능력 부족만으로 결별하는 것은 기업 측에서도 큰 손실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회를, 없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보상 ( 구성원 누구나, 결별하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것이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은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나는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위이며, 선한 행위라고 믿는다. ) 과 함께 결별을 선언하는 게 모두에게 이로운 판단이다.

 

 

 

누군가에겐 운이 누군가에겐 실력

시장의 반응도, 현금이 부족한 것도, 저질스러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결국 구성원의 능력 부족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업은 운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을 운 좋은 사람들로만 취급한다면, 오히려 그게 더 부조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마트에서 계란 한 팩을 살 때, 그 계란이 내 생각보다 저렴한 걸 발견하면 운이 좋다고 생각할 거고, 계란이 내 생각보다 비싸다면 운이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행운이라는 요소는 내가 습득한 정보, 그리고 그로 인한 예측에 달려 있는 것이다. 물가를 아는 사람에게는 계란 가격 따위는 결코 운에 달린 게 될 수 없다. 사람들이 운으로 치부하는 것들은 대개 정말로 예측 불가능해 운이라는 표현이 타당한 것도 있지만, 그저 자기 기준으로 아직 모르는 것들을 의미할 때도 있다. 사업을 할 거라면 운이라는 요소에 좌우되지 않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쌓고, 그럼에도 알 수 없는 요소는 철저히 배제하고 이유를 찾는 것이 타당하다. 운을 제외하고 난다면, 그 외의 모든 실패 요소들은 '실력 부족'으로 단언해도 될 것이다. 모든 실패의 이유를 일단 '실력 부족'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담고, 어떤 실력이 부족했는지를 검토하는 게 건설적이다.

 

팀원 서로가 서로에게 솔직해야

모든 조직에는 기본적으로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사명mission의 일부로 생각하고 일하는 사람과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똑같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그들도 나에게 가감없이 말해주기를 바란다. 나는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투쟁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어리석을 일을 했다고 생각할 때 나는 그들에게 어리석다고 말했고, 그들도 내가 어리석은 일을 할 때 솔직하게 말해주기를 원한다. 이러한 관계가 서로에게 더 유익하다. 나는 이것이 굳건하고 생각적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다른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비생산적이고 비 윤리적이다. - 레이달리오의 '원칙'에서

 

한국 사회에서, 그리고 기업에서 이게 정말로 맞을지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부분에서는, 나도 경험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의 철학에서는 이 말이 무척이나 옳고, 또한 이런 조직에서 일하고 싶다고 느낀다. 나는 서로에게 차리는 예의와 체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걸 원하지 않는다. 누군가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원한다면 더욱 솔직해졌으면 한다. 같은 이유로 나도 상대방에게 그렇게 행동하고 싶다.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은 기획으로부터 디자인, 디자인에서 개발까지, 각 역할을 넘나들면서 오랜 시간을 허비한다. 그렇게 낭비된 시간을,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의 윤활제라고 부르곤 한다. 정말로 이게,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써야 하는 비용인가, 그리고 정말로 커뮤니케이션을 더 매끄럽게 하는 요소가 맞는가. 오히려 책임을 희석시키고, 대화의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나는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기를 원하지만,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억지로 붙잡는다면 더 수치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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